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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 ㅣ 영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네!" 디즈니표 어른용 판타지 <메리 포핀스 리턴즈>

00. 디즈니가 선사하는 130분짜리 판타지

 

이 영화를 예매한 건 배우의 팬이거나 원작을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밝음과 푸른색이 가득한 포스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사바하>를 본 후 영화가 주는 어두운 기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영화 속 장면들을 잊고 싶어 영화관을 나온 후 친구와 소감조차 나누지 않았을 정도였을 정도니, <메리 포핀스 리턴즈> 포스터를 보자마자 끌린 듯 예매한 건 순리였던 것 같다. 나는 밝은 영화를 원했다. 기분 좋아지는 영화, 유쾌한 영화!


시놉시스

 

행복한 상상을 이루어주는 해피메이커 ‘메리 포핀스’

체리트리 가 17번지에 살고 있는 마이클과 세 아이들은 아내와 엄마를 잃고, 
 집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해 슬픔에 잠긴다. 
 어느 날,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마이클의 가족에게 다시 돌아온 ‘메리 포핀스’는 
 사랑스러운 마법으로 가득 찬 황홀한 경험을 선사하는데…


01. 하늘에서 선물처럼 내려온 메리 포핀스

 

아내를 잃고 보금자리까지 잃을 처지에 놓인 마이클. 그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던, 어쩌면 이 집을 지켜줄 지 모르는 귀중한 '증서'를 찾는 동안 아이들 셋은 심부름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그러다 아이들은 우연히 그녀를 만난다. 푸른 코트에 빨간 모자를 쓴, 굽이 낮은 구두와 커다란 가방을 든 메리 포핀스를.

 

하늘에서 누군가가 내려온다는 상상을 해본 지 너무나도 오래됐기 때문이었을까? 이 장면에서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양산을 쓴 누군가가 바람을 타고 내려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면? 천천히 땅으로 착지해 자연스레 우리집으로 들어간다면? 잊고 지냈던 유쾌한 상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02. 메리 포핀스의 손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판타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도미를 풍기는 메리 포핀스는 시크하게 아이들의 집으로 들어가 마이클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신세를 진다.

의심스런 눈으로 메리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메리가 목욕을 권유하자 내심 싫어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아이들은 환상적인 체험에 빠져든다. 깊은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 노래와 춤을 즐기고 돌고래를 구경하면서 신나게 수영하는 것. 아이들은 목욕이 끝나고 나와 소리친다. 최고였어요, 목욕 한 번 더 할래요!

그녀의 마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다같이 동화 속으로 들어가 만화 속 주인공들과 춤을 추고 당나귀와 대화를 한다. 디즈니는 환상적인 색감과 만화적인 요소들을 투입해 관객에게 마치 동화속으로 직접 들어간듯한 화려한 경험을 선사한다. 노래와 스토리를 모르는 나도 어느순간 빠져들어 아이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최고였어요, 한 번 더 들을래요!

03. 아이들을 웃게 하는 따뜻한 결말

 

예전 영화를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스토리는 다소 평면적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정직이 승리한다'는 다소 올드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만한 편안하고 쉬운 방식으로 전달한다. 가령 증서를 숨기려던 나쁜 사람이 벌을 받고, 정직한 마이클을 돕기 위해 사람들이 5분의 시간을 벌어다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따지고보면 결국 세상의 이치는 단순한 것이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복잡한 셈법으로 가득찬 어른들의 머릿속에 모처럼 올바르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준 셈이다.

04. 처음부터 끝까지, '색채 천재' 디즈니가 선사하는 예쁜 동화

 

뮤지컬 기반 콘텐츠인데도 영화보는 내내 가장 즐거웠던 건 눈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풍스런 영국 느낌을 뿜어내는 메리 포핀스, 할머니가 손에 든 영국식 찻잔, 먼지가 쌓인 집 창고의 오래된 분위기, 집 앞 가로등의 등불. 세세한 소품부터 배경까지 신경 쓴 디즈니 덕분에 영화보는 내내 동화속 어딘가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선한 사람들이 하늘 위로 둥둥 솟아오르는 마지막 신은 정말 명장면이었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잔뜩 뽑아냈을까? 푸른 하늘에 여러가지 밝은 색 물감을 마구 뿌린것처럼 예뻤던 장면.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는 게 분명해진 건 이 장면을 본 바로 그 때였다.

05. 당신이 필요해요, 메리 포핀스

 

사람들이 행복해하며 하늘을 날고 있을 때쯤 돌아왔던 그대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그녀.

홀연히 하늘 저 너머로 도도하게 떠나는 메리 포핀스를 보고 있자니, 어느덧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고 있자니 흥미진진한 그림동화책을 갑자기 접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섭섭했다.

 

메리 포핀스 연기를 한 에밀리 블런트도, 콜린퍼스-메릴스트립같은 반가운 배우도, 순수한 연기를 펼친 아이들도 인상깊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메리의 환한 웃음이다.

그래서 다시 보고싶다. 원작에 비해 어땠든 연기가 어땠든 나는 메리포핀스가 기다려진다. 2019년이 한참 지난 어느날에, 갑자기 선물같이 다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메리 포핀스가 필요하니까!